이름 | 임미연 | 등록일 | 2013-04-22 11:10:37 | 조회수 | 1600 |
나의 넋이 찍히는 그 무늬를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나는 「혼불」을 통하여 순결한 모국어를 재생해 보고 싶었다.
전아하고 흐드러지면서 아름답고 정확한모국어의 뼈와 살
그리고 미묘한 우리말 우리 혼의 무늬를 어떻게 하면 복원할 수 있을까.
그것은 늘 나를 사로잡는 명제였다.
∥최명희 수필 「언어는 정신의 지문」 중에서
너무 일찍 세상과 이별한 작가 최명희(1947-1998). 그는 스스로 ‘정신의 지문’이라고 늘 강조했던 아름다운 언어와 치열한 문학정신을 10권의 「혼불」과 독자들의 가슴 깊게 새겨 놓고 떠났습니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은 소설에 담긴 언어들을 미술작품으로 만나는 <「혼불」에 담긴 지문展>을 마련했습니다.
전 시 명: 「혼불」에 담긴 지문展
일 시: 2013년 1월 2일 – 12월 31일
장 소: 최명희문학관 독락재 앞
초대작가: 최지선
전시내용: 소설 「혼불」 속 의성어·의태어를 헝겊에 새긴 작품 18점 전시
초대작가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서양화가 최지선 씨(31). 사르락, 관옥, 바듬히, 우수수, 울멍줄멍, 춘애, 부숭숭, 어씩어씩, 둠벙, 퍼스르르, 고무락거리다, 덩클덩클하다, 너훌너훌, 포르릉 등 「혼불」에 담긴 의성어·의태어들은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작품 18점으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좁고 긴 형형색색의 헝겊 조각들을 겹으로 붙이고 그 안에 솜을 넣은 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글자를 표현한 방식이며, 각각의 글자들은 울퉁불퉁 튀어나오고 부풀어 올라 마치 글자들이 살아 있는 것 같은 입체감 있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미술작품이 된 「혼불」에 담긴 언어들을 만지고 느껴 볼 수 있도록 독락재 앞 기둥에 전시했습니다. 관람객들이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혼불」을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숨바꼭질 하듯, 보물찾기 하듯, 아끼는 사탕을 녹여 먹듯이 언어들을 챙겼습니다. 손수 이불을 꿰매고 만들어 주신 어머니의 정성처럼 수를 놓듯 작품 속 모국어들을 새겼습니다. 아랫목의 푹신한 이불처럼 한 겨울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녹여주었으면 합니다.
10권 분량의 「혼불」을 펼치면서 막막했던 마음은 작품에 담긴 최명희 선생님의 무궁무진한 표현력으로 사르르 녹게 되었습니다. 최명희 선생님과 같은 성씨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혼불」을 삶의 지침서로 삼아야겠습니다.”(작가 최지선)
최지선 씨는 전주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 지금까지 4회의 개인전을 진행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최명희문학관은 지역의 미술인들과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최명희 선생의 작품 제목들을 형상화한 전시물은 고(故) 지용출 화가와 서예가 이승철, 한지로 제작된 전시관 조명등은 이근수(전북민미협 회장), 최명희 선생의 초상화는 화가 이주리·박시완, 한옥마을 엽서는 서예가 김두경과 화가 진창윤·임승한·한숙·김윤숙, 만화가 나병재, 혼불 필사본들을 쌓아 놓은 탑은 화가 박승남·김미라, 청년문학상 작품들을 쌓아 놓은 탑은 임채준(태조공예 대표), 문과 창의 꽃장식은 권금이(온고을공예방 대표), 문학관 내외의 장식물은 조각가 신순철과 화가 장우석·황진영·정소라 등이 참여했습니다.
좋은 작품을 주신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작품에 활용된 단어들과 뜻
혼불의 언어 | 의 미 |
사르락 | 물건이 쓸리면서 가볍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
관옥 | 남자의 얼굴이 아름다움을 비유하여 쓰는 말 |
잣바듬히 | 몸을 약간 뒤로 비스듬히 벋는 모양새를 표현한 부사로 이해됨 |
우수수 | 물건이 한꺼번에 수북하게 쏟아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
울멍줄멍 | 엇비슷한 체구의 사람들이 많이 있는 모양 |
춘애 | 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
부숭숭 | 살이 부어오른 모양 |
어씩어씩 | 어슷비슷하게 늘어선 모양새 |
둠벙 | ‘웅덩이’의 방언 |
퍼스르르 | 가루가 뭉친 덩이의 물기가 말라, 쉬이 부서지는 모양의 어감을 살려 표현한 말 |
고무락거리다 | 몸을 느리게 자꾸 움직이다 |
덩클덩클하다 | 덩어리가 물에 완전히 풀리지 아니하고 약간씩 뭉쳐 남아있는 모양새를 가리키는 전라 방언 |
너훌너훌 | 나훌나훌’보다 어감이 큰 말. ‘너울너울’과 비교됨 |
포르릉 | 작은 새가 갑자기 매우 가볍게 나는 소리 |
▪함께 전시된 단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