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교수와 박사 20여명이 수시로 찾아온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랑입니다. 훌륭한 분들을 만나 배우고 교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전북 완주군 비봉면 평치마을 이장 조한승씨의 말이다.
“주민들이 아주 겸손해요. 그래서 오히려 배우는 게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니까 마을에 오면 복잡했던 마음도 정리되곤 합니다.” 한국고전문화연구원 회원으로 평치마을을 자주 찾는 서종태 전주대 교수는 이렇게 마을을 소개했다.
연구원과 2011년 정식으로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교류를 강화해온 평치마을.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구원의 회원들이 마을 뒷산 아래 자리 잡은 천주교호남교회사연구소에서 고문서를 번역하기 위해 이 마을을 찾아 오면서 이미 교류는 시작됐고, 마을 주민들은 인문학의 가치에 눈을 뜬 것이다. 정례화된 강좌가 아니라 마을을 오가는 연구원들과의 비공식적인 만남을 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깨닫고 언제 어디서든 배우려는 노력을 실천한 셈이다. 주제도 풍수·역사·지리 등 다양하다.
“음양오행의 원리를 이용하는 풍수의 기본은 상극은 피하고 상생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인간의 행복을 도모하는 사상입니다….”
기자가 마을을 방문했을 땐 마을 주민들은 점심식사를 한 후 식당에 둘러앉아 풍수에 해박한 연구원 유영봉 전주대 교수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인문학에 관심이 큰 마을 주민 4~5명은 30㎞ 떨어진 전주 시내의 연구원을 찾아가 강좌를 직접 들을 정도. 이런 교류를 통해 마을 주민들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필요성을 깨닫고 친환경 농업을 실천함은 물론, 지역 내 생산·소비를 강조하는 로컬푸드의 정착에도 힘을 보태고 있었다. 친환경 곶감과 유정란을 생산하는 주민 유동일씨(43)는 “인문학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어떻게 연결되고, 먹거리·건강·행복은 어떻게 순환되는가를 생각하게 하며 정직하게 농사짓는 중요성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원과의 교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농산물 직거래까지 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주민들은 다양한 공동체 사업 등을 통해 전국 으뜸마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공동사업에 대해 엄두도 내지 못했던 주민들은 완주군이 실시한 참살기좋은마을가꾸기사업과 파워빌리지사업, 마을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복지형 두레농장 보급사업 등에 잇달아 선정됐다. 연간 마을주민 600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두레농장 운영을 맡은 유희빈씨(67)는 “연구원과의 인문학적 교류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상부상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게 가장 큰 성과”라며 “앞으로 상부상조를 바탕으로 두레농장을 마을기업으로 키워간다면 머지않아 자족 기능을 갖춘 지속 가능한 마을로 발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완주=김기홍 기자 sigmaxp@nongmin.com
농촌마을 인문학 산책⑶전북 완주 평치마을(농민신문 2013.06.05)
이름 | 임숙정 | 등록일 | 2013-06-08 02:27:13 | 조회수 | 17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