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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연구소 실학산책 제322호 조광 원장님 "고래, 사슴과 호랑이의 어울림"
이름 관리자 등록일 2014-05-02 09:48:07 조회수 1437  
스페인 북부지방 산텐테르에 있는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는 세계미술사의 본격적 시작을 알려준다. 입구에서 270미터를 들어간 그 깊고 그윽한 동굴의 벽면에는 들소와 사슴, 말과 돼지들이 음각으로 그려져 있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2만여년 전에 그곳에 살았던 구석기인이었다. 대략 이 동굴이 발견된 때는 1870년대 말이었다. 그후 이 동굴벽화는 영민한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었고, 거의 70여년 동안 그 지방민의 생계를 지탱해주던 중요한 소득원이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1977년에 훼손을 우려하여 일반 공개를 중지시켰다. 그 지방민의 소득원은 거의 사라졌지만, 인류는 중요한 문화자산을 지킬 수 있었다. 알타미라 동굴은 스페인 사람들이 아닌 인류의 공동의 유산이었기 때문이다.

알타미라와 반구대…한 때 지방민의 주요한 소득원

  대한민국 울산광역시 울주군 대곡리를 가로질러 흐르는 대곡천 일대는 선사시대와 역사시대의 유적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특히 여기에는 늦어도 3천여년 전에 그려진 반구대 바위그림(巖刻畵)이 있다. 이 그림을 그려 새긴 이들은 한반도의 선주민이었고, 우리의 혈연적 조상이었다. 그들은 진흙이 굳어 이루어졌다는 셰일(泥巖)의 벽면에다 사슴, 호랑이, 가마우지, 거북이 등 뭍짐승을 그렸다. 거기에서만은 뭍짐승들이 고래나 물고기와 같은 바닷것들과 한데 어울려 있다. 특히 여기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도 있다.

  구석기시대 네안데르타르 사람들은 그윽한 알타미라 동굴을 기원의 장소로 승화시켜 자신의 기원을 흔적으로 남기고자 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선조들은 경관이 수려하고 그윽했던 대곡천변의 바위에 이르러 그들의 삶을 봉헌하며 자신의 염원을 담아놓았다. 그래서 거기에는 샤먼의 모습을 한 사람이 나타났고, 배를 타고 고기잡는 모습이나, 호랑이를 사냥하는 광경이 남게 되었을 게다. 그곳의 포유동물들은 대개가 새끼를 가지고 있어서, 여기가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던 곳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문화재 보존의 가면을 쓴 훼손책 … 아직도 진행형

  반구대 바위그림은 선사인의 사유와 삶을 드러내 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아직 문자를 몰랐던 그들은 그림과 기호로써 자신들의 염원을 써내려갔다. 그들은 대곡천 일대의 풍경에 걸맞는 한 폭의 장엄한 제단화(祭壇畵)를 남겼다. 그리고 이 그림들이 자연의 비바람과 시대의 삭음을 이겨내고 학계에 보고된 때는 1971년이었다. 그때 우리는 개발시대에 놓여 있었고, 이곳에는 울산공단의 공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했던 사연댐이 세워진 다음이었다.

  반구대 암각화의 상당 부분은 이 댐으로 말미암아 일년 중 8개월 내외의 기간 동안 물속에 잠겨야 했다. 그로부터 반구대의 바위그림은 해마다 반복해서 물에 잠겨 물고문을 받기 시작했고, 그림의 훼손이 가속화되었다. 그럼에도 이 벽화의 중요성 때문에 국가는 이곳을 국보 제285호로 지정했다. 그 이후 이 국보의 보존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진행되었고 그 시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반구대의 바위그림을 보존하는 가장 합리적 의견은 사연댐의 수위를 지금보다 7미터 정도 낮추는 안이었다. 수위를 낮추면 암각화에 물이 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화재 정책을 책임진 문화재청은 학계의 의견을 모두어 이 제안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식수문제를 걱정하는 울산광역시 당국에서는 이에 반대하고 이른바 ‘생태제방’의 건설을 주장했다. 암각화 일대에 제방을 쌓아서 암각화는 보존하되, 수위는 종전처럼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말하기를 "최고의 권위 한국수자원학회가 수리모형 실험을 한 결과 문화재청의 댐 수위 조절안은 홍수 시 유속이 빨라져 암각화 훼손이 가속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문화재청이 이 같은 결론을 믿지 못하고 수위 조절안을 계속 내세우고 있어 안타깝다. 시는 청정 수역인 사연댐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는 사이에 암각화는 훼손되어 갔다. 석조전문가, 암석학 전문가, 수리전문가 등이 동원되어 암각화를 보존하는 방안에 몰두했지만, 그 같은 노력은 오히려 암각화를 훼손하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댐의 수위를 낮추면 원래 하천의 흐름에 가깝게 되건만, ‘유속’ 운운하면서, 문화재청의 학술적 의견은 무시당해 왔다. 일부에서는 암각화의 훼손은 수몰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억지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존’이나 ‘생태’라는 가면을 쓰고 파괴를 방치하고 조장하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보존을 위한 최고 방책…세계에 부끄럽지 않게

  반구대 암각화는 우리 국보이다. 그리고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위한 예비목록에 올라가 있는 인류의 문화재이다. 문화재에 관해서는 문화재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 문화재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는 수리학자나 정치인이 아닌 문화재전문가이다. 이들이 문화재위원회에 모여 있다. 문화재위원들은 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들은 이 문화재를 우리 자손의 자손, 그리고 그 자손의 자손들에 이르기까지 영속적으로 향유시켜 주어야 할 미래에 대한 책임까지 지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학계 최고전문가 운운하면서 문화재를 훼손시키려 하는 일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돌이켜 볼 때, 지난날 우리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20세기 80년대 한국인’의 우매함과 무모함을 상징하는 평화의 댐을 만들기도 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국내 일급의 수리공학자, 토목공학자들이 동원되어 4대강을 다듬으려 했지만 결국은 파괴로 종결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대단한, 그러나 끔직한 일을 정당화시키는데 들러리 선 이른바 ‘국내 최고전문가’ 중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국무총리실에서는 문화재청과 울산광역시장 사이에 이곳의 침수방지책으로 이동식 투명댐인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다. 암각화 부근의 콩크리트 기초 위에 철골을 세워 강화프라스틱으로 된 투명물막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이 공사를 9월부터 시작하고 항구적 대책을 다시 의논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보를 토목공학의 시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이 계획에는 정치논리가 작용하고 있지나 않은지 염려된다. 정치논리는 문화의 논리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둘이 다를 때에는 더 긴 생명을 가진 문화의 논리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국무총리실에서 맺어진 두 기관의 약정서(MOU)에는 당장 올 9월부터 물막이 구조물 공사를 시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화재 부근의 토목행위를 위해서는 문화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이 약정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이 문제의 판단자는 총리실이 아니라 문화재위원회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래에의 책임감까지 통감하고 있을 문화재위원들의 양식을 믿는다.

  문화재보존은 차선이 아닌 최선의 방책을 따라야 한다. 자칫 카이네틱 댐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암각화 자체가 훼손된다면 어찌하겠는가? 이 댐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이른바 ‘생태제방안’의 변형이 아닌가? 이 제안은 그 아름답고 소중한 바위그림을 물고문하다가 물감옥으로 들여보내려는 어리석은 제안은 아닌가? 총리실의 판단과는 달리 카이네틱 댐의 설치가 세계문화유산의 지정에 방해된다면 어찌하겠는가? 알타미라 동굴의 출입을 아예 금지시켰던 스페인 정부 당국의 결정처럼 바위그림의 보존을 위해 수위를 낮추려는 정부의 우선적 노력이 요청된다. 문화재위원들은 국보의 보존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를 이어가야 할 책임도 지고 있다. 인류는 고래와 사슴과 호랑이가 어우러진 이 문화재를 계속해서 향유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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