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화연구원 주간 뉴스레터(2021년 8월 3주차)
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21-08-17 11:32:43 | 조회수 | 147 |
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을 하나 올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 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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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이 부른 노래 "귀뚜라미"는 시인 나희덕이 쓴 동명의 시를 노랫말로 하고 있습니다.
"매미 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인 여름, 아직 귀뚜라미 소리는 노래가 아니라 울음입니다.
하지만 남모르게 무럭무럭 가을이 자라고 있습니다.
곧 우리 곁에 "나 여기 있소"라 외치며 나타나겠지요.
반환점을 돈 팔월,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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