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22-05-16 14:24:23 | 조회수 | 124 |
오월은 내게
신경림
오월은 내게 사랑을 알게 했고
달 뜨는 밤의 설레임을 알게 했다
뻐꾹새 소리의 기쁨을 알게 했고
돌아오는 길의 외로움에 익게 했다
다시 오월은 내게 두려움을 가르쳤다
저잣거리를 메운 군화발 소리 총칼 소리에
산도 강도 숨죽여 웅크린 것을 보았고
붉은 피로 물든 보도 위에서
신조차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오월에 나는 증오를 배웠다
불 없는 지하실에 주검처럼 처박혀
일곱 밤 일곱 낮을 이를 가는 법을 배웠다
원수들의 이름 손바닥에 곱새기며
그 이름 위에 칼날을 꽂는 꿈을 익혔다
그리하여 오월에 나는 복수의 기쁨을 알았지만
찌른 만큼 찌르고 밟힐 만큼 밟는 기쁨을 배웠지만
오월은 내게 갈 길을 알게 했다
함께 어깨를 낄 동무들을 알게 했고
소리쳐 부를 노래를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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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수요일은 광주항쟁이 시작된 지 42년이 되는 날입니다.
42년 전 오월 광주는 질 것이 뻔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당장의 패배가 영원한 패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몸을 던졌습니다.
오월 광주가 있던 그 해 태어난 이들이 이미 불혹을 넘었고
까까머리와 단발머리였던 학생들은 환갑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42년은 시간이 아니라 세월입니다.
오월 광주는 패배한 싸움이었을까요?
당장의 패배를 두려워 하지 않았던 수많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
오늘... 우리가 생을 던진 이들에게 가져야 되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