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문화연구원 주간 뉴스레터(2024년 3월 2주차)
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24-03-11 15:44:55 | 조회수 | 42 |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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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이 시를 노래한 것은 1974년입니다.
그해 1월부터 4월까지 박정희 정부는 긴급조치 1호부터 4호까지를 선포하며 춘래불사춘의 한반도를 만들었습니다.
시인은 그 엄혹한 시절에 봄을 노래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따듯하고 넉넉한 세월이라 자족합니다.
봄은...
지난 세월 그렇게 오고 갔으며 지금 다시 우리 곁에 소리 없이 와 있습니다.
이 봄.
여러분에게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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