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22-09-04 12:30:07 | 조회수 | 107 |
가을엔
조태일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돌아가라 하라.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가을바람 물들며 지나가듯
지상에 모든 것들 돌아가라 하라.
지난 여름엔 유난히도 슬펐어라
폭우와 태풍이 우리들에게 시련을 안겼어도
저 높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라.
누가 저처럼 구슬을 뿌렸는가.
누가 마음들을 모조리 쏟아 펼쳤는가.
가을엔 헤어지지 말고 포옹하라.
열매들이 낙엽들이 나뭇가지를 떠남은
이별이 아니라 대지와의 만남이어라.
겨울과의 만남이어라.
봄을 잉태하기 위한 만남이어라.
나름대로의 길
가을엔 나름대로 떠나게 하라.
단풍물 온몸에 들이며
목소리까지도 마음까지도 물들이며
떠나게 하라.
다시 돌아오게, 돌아와 만나는 기쁨을 위해
우리 모두 돌아가고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고 만나는 날까지
책장을 넘기거나,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우거나
아예 눈을 감고 침묵을 하라.
자연이여, 인간이여, 우리 모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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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힘센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달려온다는 소식입니다.
해마다 9월은 태풍으로 여름과 작별을, 또 가을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가을은 만남의 계절입니다. 나뭇잎이 바람을 만나 공기를 물들이고 낙엽이 대지를 만나 기름진 흙이 되고
씨앗이 흙을 만나 봄을 기약합니다.
가을의 만남은 설레고 가슴 떨리는 만남이 아니라 한 시절을 갈무리하고 서로를 보듬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만남입니다.
시린 가슴일망정 지난 계절의 아픔을 털어내고 서로를 꼭 끌어 안으며 겨울과의 만남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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