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관리자 | 등록일 | 2024-05-16 16:36:52 | 조회수 | 96 |
오월은 내게
신경림
오월은 내게 사랑을 알게 했고
달 뜨는 밤의 설레임을 알게 했다
뻐꾹새 소리의 기쁨을 알게 했고
돌아오는 길의 외로움에 익게 했다
다시 오월은 내게 두려움을 가르쳤다
저잣거리를 메운 군화발 소리 총칼 소리에
산도 강도 숨죽여 웅크린 것을 보았고
붉은 피로 물든 보도 위에서
신조차 한숨을 쉬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오월에 나는 증오를 배웠다
불 없는 지하실에 주검처럼 처박혀
일곱 밤 일곱 낮을 이를 가는 법을 배웠다
원수들의 이름 손바닥에 곱새기며
그 이름 위에 칼날을 꽂는 꿈을 익혔다
그리하여 오월에 나는 복수의 기쁨을 알았지만
찌른 만큼 찌르고 밟힐 만큼 밟는 기쁨을 배웠지만
오월은 내게 갈 길을 알게 했다
함께 어깨를 낄 동무들을 알게 했고
소리쳐 부를 노래를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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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토요일은 5‧18 민주항쟁이 시작된 지 44년이 되는 날입니다.
44년 전 광주는 질 것이 뻔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당장의 패배가 영원한 패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몸을 던졌습니다.
오월 광주가 있던 그 해 초등학생이었던 이들은 어느새 오십을 훌쩍 넘겼고
까까머리와 단발머리였던 고등학생들은 환갑이 지났습니다.
44년은 시간이 아니라 세월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이는 아직도 광주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여전히 광주는 진영 논리에 따라 밥상의 반찬처럼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5‧18 민주항쟁은 명백히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정권을 찬탈한 반란군에 맞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법 수호 항쟁이었고
국제적으로도 민주항쟁으로 인정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며 광주에 큰 은혜라도 베푸는 양 거들먹거리는 정치인들말고 우리 연구원 회원같은 민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던 위대한 한국의 역사를 바로 새기는 일에 함께 나서길 바라봅니다. 마음을 모아 부디 하루라도 빨리
5‧18 민주항쟁의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길 빌어봅니다.
당장의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수많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생을 던진 이들에게 가져야 되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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